재밌는 건강 이야기

드르렁 코고는 소리, 악기 연주를 통해 고칠 수 있다고!?

The Healthy 2026. 3. 5. 10:52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 악기 연주로 고친다? 스위스 박사가 찾아낸 '디저리두'의 기적

밤마다 울려 퍼지는 천둥 같은 코골이, 그리고 갑자기 숨이 멎는 수면 무호흡증은 본인뿐만 아니라 함께 잠드는 가족에게도 큰 고통입니다. 보통 이런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수술을 고민하거나, 거추장스러운 양압기(CPAP)를 착용하곤 하죠. 하지만 여기 아주 독특하고 즐거운 대안을 제시한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호주 원주민의 전통 관악기인 '디저리두(Didgeridoo)'를 연주하는 것입니다. 이 황당해 보이는 연구는 실제로 환자들의 증상을 눈에 띄게 완화시켰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떻게 악기 연주가 수술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호주 전통 악기 연주

사진 출처: Unsplash (호주 원주민의 전통 관악기 디저리두)

1. 헬스장 대신 '악기 연습실'로 간 환자들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의 마일로 푸한(Milo Puhan) 박사 연구팀은 만성적인 코골이와 경증 수면 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만 4개월 동안 호주 원주민의 전통 악기인 디저리두를 배우고 연주하게 했습니다.

실험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연주 시간: 하루 25분씩, 주 6회 이상 연습
  • 연주 방식: 숨을 내쉬면서 동시에 코로 들이마시는 '순환 호흡(Circular Breathing)' 기술 습득

4개월 후,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디저리두를 연주한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주간 졸음증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수면의 질을 나타내는 지수들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수면 무호흡증의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게재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2. 원리는 간단합니다: '기도 헬스'의 시작

우리가 코를 골거나 자다가 숨이 막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잠든 사이 기도를 둘러싼 근육이 이완되어 통로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혀의 뿌리 부분과 목구멍 뒤쪽의 연조직들이 중력에 의해 뒤로 처지면서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게 됩니다.

디저리두는 길이가 1m가 넘는 긴 나무 관으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기압이 필요합니다. 연주자는 입술의 진동과 함께 목구멍 근육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소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기도(Upper Airway)를 지탱하는 근육들이 강도 높게 훈련됩니다.

마치 헬스장에서 아령을 들어 팔 근육을 키우듯, 디저리두 연주는 잠잘 때 힘없이 늘어지던 목구멍 근육을 탄탄하게 '벌크업' 시켜준 것입니다. 근육이 탄력을 되찾으니 잠결에도 기도가 쉽게 무너지지 않게 된 것이죠.


수면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

사진 출처: Unsplash (수면의 질 개선과 과학적 분석)

3. 이그 노벨상이 '평화상'을 수여한 이유

이 연구는 의학상이나 생물학상이 아닌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아주 해학적이고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코골이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부부 사이의 불화, 이웃 간의 층간 소음 갈등 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연구진은 디저리두 연주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부부들이 각방을 쓰지 않게 되었고, 침실의 평화를 되찾아주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실험에 참여한 환자들의 배우자들은 "남편의 코골이가 줄어들어 내 삶의 질이 올라갔다"며 연구진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4. 디저리두가 없다면? '구강 인두 운동'

한국에서 디저리두를 구하거나 집에서 연주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층간 소음이 걱정되는 분들을 위해 현대 의학에서는 디저리두 연주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구강 인두 운동(Orofacial Myofunctional Therapy)'을 권장합니다.

  • 혀 밀기: 입천장에 혀 전체를 밀착시키고 힘을 주어 10초간 유지합니다.
  • 모음 발성: '아, 에, 이, 오, 우' 소리를 낼 때 목구멍 근육을 최대한 확장한다는 느낌으로 강하게 발음합니다.
  • 풍선 불기: 매일 풍선을 5~10개 정도 부는 행위도 기도를 지탱하는 근육 단련에 큰 도움을 줍니다.

푸한 박사의 연구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수동적으로 기계(양압기)에 의존하거나 칼을 대는 수술 전, 우리 몸의 근육을 직접 단련하는 능동적인 치료가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며: 침실의 평화를 위한 '호흡의 연주'

코골이는 "피곤해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 당신의 기도가 살려달라고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스위스 연구팀의 이그 노벨상 수상 연구는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인체의 근육은 정직하게 훈련될 수 있다는 과학적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의 코골이 때문에 배우자가 고통받고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입 주위 근육 운동을 시작해 보거나 호기심 삼아 관악기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침실의 평화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목구멍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그 작은 습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오늘 밤, 여러분 모두가 '디저리두' 없이도 깊고 조용한 숙면을 취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